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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연합교양대학] 고은 시인님 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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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마이크임팩트 작성일12-09-26 15:29 조회3,66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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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연한 봄날인 수요일, 대전평생교육진흥원에서 4번째 연합교양대학 강좌가 시작되었습니다. 매 회마다 각 분야의 명사를 초청하며 큰 호응을 얻고 있는 인문학의 향기프로그램은 이번 주의 명사로 고은시인님을 모시게 되었습니다.

한국 현대문학의 살아있는 역사라고 할 수 있는 고은 작가님은 “80라는 연세가 무색하실 만큼 정정하신 모습으로 대전 시민들을 만나기 위해 먼 길을 달려 오셨습니다. 안경 너머로 보이는 눈빛을 통해서 오늘 강연에 대한 열의와 함께 지성인의 강직함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장내를 가득 채운 청중들의 모습이 이 날 고은 선생님의 강연에 대한 기대를 나타내었고, 큰 박수와 함께 오늘의 강연이 시작되었습니다.

 

이심전심을 방해하는 욕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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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공간에서 많은 사람들이 살게 되면 사람이 거칠어집니다. 그래서 노자는 건넌 마을의 닭 우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 곳이 이상적인 마을과 마을 사이의 거리라고 표현한 적이 있지요. 혹여 노자가 이 자리에 우리와 같이 있다면 비웃음을 받을 지도 모릅니다.

 

오늘 이 곳에 와 보니까 참 장소가, 크지도 않고 작지도 않은 것이 참 적당한 느낌이 듭니다. 오늘 모인 여러분들도 저하고만 관계를 맺지 마시고 앞사람 옆 사람들과 친해지세요. 서로 인사하고 친해지시길 바랍니다. 노자의 말이 헛되지 않도록 말이에요.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 역시 이상적인 국가의 인구를 5천명 정도의 소국을 꿈꾸었어요. 내가 여기서 ~하고 소리를 지르면 저 쪽에서 들을 수 있을 거리. 그러한 서로의 거리가 설정될 때, 우리가 얘기하는 이심전심(以心傳心)”이 가능하게 됩니다. 악수를 할 수 있게 되죠. “사이에는 거리가 필요한데, 이 거리가 사라지면 서로가 서로를 죽이게 됩니다.

 

우리가 집에서 먹는 치킨, 이런 닭들을 양계장에서 빽빽하게 밀생(密生)을 시킵니다. 트럭에 싣고 가는 닭들을 본 적 있죠? 고속도로에서. 그렇게 좁은 공간에 가둬두고 기르는 생물들이 어떻게 이심전심이 가능하겠어요? “사이에 거리를 두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 공간을 없애는 것이 욕망이에요. 우리가 욕망을 경계해야 하는 것이 여기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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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의 황금시대

오늘은 시와 삶의 밸런스라는 주제 보다는 말의 시대”, “말의 황금시대라는 주제를 얘기하고 싶어서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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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라는 것에 대해 원효대사가 이런 이야기를 했어요. “진리라는 것은 언어로 말할 수 없다”. 그런데, 거기까지만 했으면 원효도 바보로 남았을 거에요. 그리고 또 무슨 말을 했냐면 언어가 아니면 진리를 말할 수가 없다”! 그러니까, “진리라는 것을 언어로 말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언어로 표현하지 않을 방법도 없다는 것이죠. 법대생들도 다 알겠지만, 법전에도 쓰여 있는 이 언어의 불명료성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시대의 진리와 우리의 정신을 언어에 담아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지금 중국에는 우리의 아리랑을 자기네 것으로 만들려고 하고 있어요. 길림성의 조선족이 아리랑을 부르니까, “, 우리 소수민족의 문화니까 우리 거다라는 생각으로 유네스코에 등록을 하려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리랑이 어떤 것입니까? 우리의 과거, 우리의 삶, 그리고 우리 미래 자손들의 입니다. 우리가 나라를 잃었을 때, 아리랑을 부르면서 우리의 정신을 면면히 이어 내려오고 했던 소중한 자산입니다. 이런 것을 중국에 뺏겨서는 안되겠죠.

 

우리의 글자인 한글은 현재 가장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문자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이런 훌륭한 문자가 생겨날 때, 엄청난 반대가 있었어요. 과거 우리나라 왕은 중국의 수많은 제후정도 밖의 지위가 안되었습니다. 속국의 제후가 자기네들의 글자를 만드는 것은 역적죄였어요. 절대 있을 수 없는, 반란을 꾀하는 행위였단 말이죠. 세종대왕이 여기 백성들이 무식하니까 이렇게라도 해서 통치할 수 밖에 없다라고 얼버무려서 겨우 모면을 하고, 또 왕의 얼굴도 못보는 그 시대에도 신하들이 모두 거세게 반대하는 상황. 그래서 성삼문을 비롯해 뜻 맞는 학자 몇 사람만 집현전에 모여서 만들고, 신하들이 하도 들고 일어나니까 믿을 사람은 자식들 밖에 없어서 왕자들에게 비밀스럽게 심부름을 시켜 만든 글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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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결국 훈민정음을 반포하고 했어도 어떻게 됐습니까? 세종대왕 돌아가시고 나서부터 바로 폐기에 들어갔죠. “천한 글자라고, “언문이라고 하며 상놈들만 쓰는 글자라고 천시했어요. 여러분들 언문만 들어봤을 텐데, “뒷글이라고 해서 우리 뒤에서 똥 나오듯이 똥글이라고도 부르기도 했어요. 상놈이 쓴다고 상글”, 아녀자들이나 계집들만 쓴다고 암글이라고 부르면서 그렇게 천시를 했단 말입니다. 그 천한 글이, 그나마 여성들로부터 명맥을 이어오다가 현대에 들어서 빛을 봤어요.

 

그렇다고 해서 이제 한글이 제대로 대접을 받느냐, 그렇지가 않습니다. 아직까지 한문의 하위글자로 취급을 받고 있고, 이제는 영어가 한글의 위상을 버젓이 대신하고 있어요. 이런 종속성은 우리의 정신마저 천한 취급을 하는 결과를 불러 일으킵니다.

말과 글을 소유하는 것이 곧 지배계급의 특권으로 여겨지던 시대에서 이제 지식의 보편화가 이루어진 시대에 우리가 살고 있습니다. 우리의 정신을 담을 수 있도록 해 준 이런 소중한 문화유산을 우리가 지켜나가지 못한다면, 언제건 어느 때건 타자에 의해 나의 정신이 통제를 당하는 시기가 다시 찾아올 것입니다. 일제치하에서 일어가 국어(國語)”로 변한 것처럼 말이에요. 우리의 주체를 나타내는 본질적인 도구인 은 바로 우리 자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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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분이 넘는 열띤 분위기 속에 강연을 듣는 청중들의 진지함과 열의가 끝나는 순간까지 지속되었습니다. 어려울 수 있는 주제를 일반인의 눈높이에 맞게 설명하시며 중간중간 위트 넘치는 표현을 해 주신 모습에서 오늘 참석한 시민들이 더욱 친근함을 느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세월이 지나도 선비의 곧은 기개와 삶의 철학을 그대로 담고 계신 고은님과의 시간이 앞으로도 우리 삶을 비추어 주는 등대와 같은 역할을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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